서론: 2년간 주식시장에서 느낀 것
2020년 1월경이었나. 어느날 문득 컴퓨터 화면으로 급여명세서를 보고 있는데, 이런 연봉으로는 서울에서 평범하게 살기조차 어렵다고 느꼈다. 그 이전까지 주식 투자는 생각도 안하고 살았다.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 ‘주식에서 돈버는사람은 극소수다’와 같은 소리를 많이 듣고 살았기 때문에, 그게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었나보다. 그러나 자본소득 없이 ‘노를 아무리 저어도 뒤로 갈 수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자, 빨리 시작해야겠다는 조급증이 왔다. 그렇게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채 20년 1월 처음 주식을 사봤다. 타이밍 참 묘하게 바로 코로나가 왔고 이후에는 ‘이 장에서 돈 2배 못 벌면 병신’이란 소리까지 듣는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었다. 나는 물론 병신 중에 상병신이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자신감이라도 없었어야 하는데, 수십가지 종목을 사고팔기를 반복했고,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에 인버스 레버리지(곱버스)를 사면서 큰 손실을 봤다. 나는 그 때 스스로 무엇을 사는지는 알고 있었을까? 나는 나를 탓하지 않고 애꿎은 ‘빅쇼트’란 영화감독을 탓하거나 마이클 버리를 원망했다.
이후에 간신히 미국증시에서 약간의 수익이 났기 때문에 졸업당하지는 않았다. 2년간 수업료를 제대로 내면서, ‘주식시장과 특정 종목의 주가는 내 예상대로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를 믿지않고 투자를 하기 위해 퀀트투자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2년간 직장과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며 퀀트투자에 대해 열심히 배우고 투자도 해보고 그 후기를 글로 쓰려고 한다.
이제 시작이다. 오늘은 퀀트투자에 대한 개념, 특징과, 나약한 인간이 왜 퀀트투자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공부해보자.

1. 퀀트투자의 개념
퀀트 투자는 정량화된 데이터를 통해 사전에 검증된 모형을 만들어내고, 그 모형을 기반으로 투자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퀀트(Quant)는 ’계량적’을 의미하는 퀀티터티브(Quantitative)에서 따왔다.
다시 설명하면,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산업과 기업을 분석해 가치를 매기는 정성적인 투자법(기본적 분석)과는 달리, 퀀트 투자는 수학과 통계를 기반으로 전략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하는 정량적인 투자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데이터 활용·검증·프로그래밍 이 3개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식 종목에 국한된 투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ETF, 금, 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에 배분(Asset Allocation)하는 전략도 퀀트에 기반하여 구사할 수 있다.(퀀트는 투자하는 방법론을 의미하기 때문)
2. 퀀트투자를 하는 이유
(1) 비합리적인 인간이 저지르는 오류를 배제
행동경제학은 인간을 늘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존재로 정의한다. 특히, 공포나 탐욕에 사로잡히면 인간은 자기 돈이 걸린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오류를 더 쉽게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산 종목이 우연히 오르면 스스로의 판단이 맞았다며, 오른 이유를 확인해보지도 않고 ‘자기과신’으로 레버리지를 당겨 추격매수하는 게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나도 물론 해봤고 아파봤고...)
인간(는 나)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는, 너무도 많다..
– 대표성 편향 (Representative Bias): 소규모 표본에 대한 지나친 확신, 지나치게 적은 자료로 상승할 것이라 믿음
– 닻 내리기 오류 (Anchoring Trap): 주식이 과거 고점만큼 다시 고점으로 갈것이라고 믿음
–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 수익한번 맛보면 기존에 했던 투자방식 또는 종목이 계속 손실이 누적 되더라도 계속 홀딩
– 자기과신(Overconfidence Trap): 거봐 이 종목 사자마자 오르잖아. 영끌 ㄱㄱㄱㄱㄱ!
(2) 직장인에게 시간 대비 효율적(개미 기준)
전문투자자야 투자가 업이니까, 하루종일 기업이나 주가 분석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많겠지만 일반적인 직장인은 업무에 쫒기고 집안일에 쫒기다 보면 한가하게 개별기업을 분석할 시간이 거의 없다. 결국 직장인은 귀동냥으로 들은 급등 종목이나 뉴스, 유튜브 등에 언급되는 종목을 분석 없이 사고 물리고 손절하기를 반복할 뿐이다.
그러나 퀀트투자는 사전에 설정한 전략에 따라 자산군이나 종목에 투자하고, 정해진 시기(월별 또는 분기별 등) 리밸런싱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일반투자와 퀀트투자를 요리에 비유한다면, 일반투자의 경우 스스로 간장, 설탕, 고추장 비율 맞춰가면서 하는 요리(대박맛집은 나올 수 있지만 보통 실패)지만, 퀀트투자는 밀키트로 사전에 정해진대로 포장된 재료로 요리하면 된다.(투자대박은 나올수 없지만 절대 큰 실패하지 않음)
(3) 시드가 커질수록 MDD 관리가 더 중요하다
MDD(Max Draw Down)는 최대낙폭을 의미하는 말인데, 예를 들어 10년간 투자해온 포트폴리오가 2018년에 투작 기간 내 가장 크게 30% 떨어졌다면 해당 포트폴리오 전략의 MDD는 30%이다.
투자자산이 커질수록 MDD 개념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20년간 일하면서 모은 시드 10억 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우연히 은퇴시점에 MDD 30%를 쳐맞게 된다면, 그 손실이 회복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단순히 시드 1억 가지고 있을때야 30% 손실나도 3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 장 좋을 때만 '한 종목 몰빵 후 기도메타'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겠지만, 투자는 원투데이 하는게 아니지 않나.
주식시장의 폭락은 필연적으로 반복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물론 언젠가 떨어진 만큼 이상으로 회복은 되겠지만 그 기간이 코로나 이후처럼 항상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론 퀀트투자를 했다고 해서 대세하락장에 손실을 안 본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백테스팅을 통해 MDD를 예상할 수 있었고 MDD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만큼 줄인 상태로 투자를 했다는 차이가 있다.
결국 퀀트투자는 예상한 수익률과 위험 범위 내에서 투자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3. 퀀트투자 절차
(1)투자에 필요한 주가나 회사의 매출과 순이익 재무제표 수치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한 후 투자에 필요한 지표를 만들기 위해 가공한다. 예를 들면, 잘 알고 있는 PER(주가/순이익 비율), PBR(주가/장부순자산가치)과 같은 지표들도 퀀트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가공된 지표들일 것이다.
(2) 이후 지표들을 활용해, 투자종목이나 상품군(원자재, 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백테스트를 수행하며, 이를 바탕으로 실제로 투자하고 성과를 평가한다. 직접 R과 같은 데이터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백테스트를 수행할 수도 있지만,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를 수 없다면 젠포트나 퀀트킹과 같은 유료사이트를 이용하여 백테스트를 비교적 쉽게 해볼 수 있다.
4. 백테스트를 하는 이유
백테스트는 과거로 돌아가서 특정 투자전략을 사용했다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벌 수 있었을지 등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과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PBR 0.5 이하/부채비율이 100%이하/매출성장률이 20% 이상 기업 중 매년 상위 20개 종목을 택하는 전략으로 과거 30년간 투자해왔다면, 연간 평균수익률은 얼마인가, 2008~09 금융위기 때는 최대손실폭이 어느정도인가 등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만약 백테스팅 결과 연간 평균수익률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면서, 금융위기와 같은 리스크 상황 때 최대손실폭도 감내할만한 수준이라면, 해당 전략은 누군가에게 유용한 전략이 될 것이다.
5. 퀀트투자의 수익률을 우습게 보지마라
최근 2년간 주식시장은 '대축제'였고 이런 축제장에서 신규 투자자들은 항상 많아지기 때문에, 제대로 꿀맛을 느낀 신규 투자자에게 수익률 15%~20%라고 하면 비웃음당하기 좋은 수치일 것 같다.
그러나 아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0억원의 시드를 투자할 경우 연평균수익률을 12% 추종하는 방어적인 퀀트전략을 구사하게 되면, 7년차에 2배가 되고 11년차에 다시 3배가 되서 30억원이 된다.
6. 퀀트투자의 핵심
퀀트투자의 핵심은 '투자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안정적이고 잃지 않는 검증된 투자를 지향한다'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바쁜 현대사회 직장인에게 투자 투입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어마어마한 강점으로 보인다. 또한 투자라는 게 시간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수익률이 극대화되는 것도 아니다. 그 시간으로 기타소득을 늘리거나, 하다못해 취미라도 하나 더 하는게 유용할 거다.
결국 투자라는 건 잃을 확률보다 얻을 확률을 높여가는 싸움인데, 유리멘탈과 갈대같은 심리를 가진 개미(한푼두푼이 소듕한,,)가 특정 종목에 대한 굳건한 믿음만으로,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을 버텨낼 수 있을까?
우리들은 항상 너무 과거를 쉽게 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우리나라에서 퀀트투자의 선구자 중 한 분인 문병로 교수는 저서 "메트릭 스튜디오"에서 이렇게 말한다.
"제대로 된 투자를 해서, 손실을 포함한 모든 것이 확률적 전개의 과정이라는 것을 확신하면 편한 잠을 청할 수 있다. ”
'[배움] 경제와 금융'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내 퀀트투자계의 COVID, 강환국 알아보기(1/569/571/577) (0) | 2021.12.30 |
---|---|
은퇴자금 목표 설정을 위한 낙원계산기 사용하기 (0) | 2021.12.29 |
2022년 전기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입학전형 후기 3편(면접 팁) (4) | 2021.12.26 |
2022년 전기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입학전형 후기 2편(학업계획서 작성 팁) (0) | 2021.12.25 |
금리와 주가(주식시장)의 관계, 2022년은 어떻게 될까? (0) | 2021.12.16 |
댓글